2018년 12월 11일 화요일

밤을 달린다.

첫 눈은 도로 한 켠에 쓸려 어둠 속에 숨어있다. 
늦은 사무실의 갑갑함을 찬 공기에 씻어내는데 벨소리가 급하다.
누나의 목소리다. 어머니와 응급실이란다.

초승달도 져버린 밤에 고속도로를 찾는다.
하이패스 결제를 알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산과 하늘과 구름만 허락한 어둠을 달리고 있다.

흐려지는 시야에 와이퍼가 자주 돌아간다.
앞 차의 제동등이 빈번하게 번져간다
따르는 차들의 경적 소리가 잦아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누구에게 말을 하나.
남은 사람끼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차를 달린다.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며
마지막 말을 되뇌이며

차는 밤을 달린다.
애꿎은 와이퍼와 제동등과 경적을 누르며
밤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