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9일 목요일

문재인 연설문 - 한·미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 - 170628

토마스 도너휴 미국상공회의소 회장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님,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따뜻하게 환영해 주시고, 성대한 만찬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순방지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60년 넘게 굳건하게 이어온 한미동맹의 재확인입니다. 경제파트너로서의 중요성에 대한 재확인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최근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께서 보신 것처럼 

한국 국민들은 훌륭하게 위기를 극복했고 새 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새 정부가 국가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고 실현할 책무를 부여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간 한국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결국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불공정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개선하라는 것이 새 정부를 향한 국민의 요구입니다.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경제정책 방향이
한국 경제의 도약과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은 한국시장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높이게 될 것입니다.

한미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이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정부의 새 경제정책은 ‘사람중심의 경제’를 지향합니다. 국민과 가계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일자리를 늘리면 가계소득이 높아집니다.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성장이 다시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께서도 미국 내 좋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양국 정부가 이 점에서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격차를 줄이고, 질을 높이는 종합적인 일자리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정, 세제, 금융, 인허가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여타 정책도 일자리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입니다. 

일자리의 중요성에 공감하여 그동안 단절되었던 노사정 대화 채널도 복원되고 있습니다. 노사정 간 대화와 타협, 연대와 협력의 문화가 확산되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람중심의 경제’는 일자리 경제인 동시에 공정한 경제입니다. 모든 경제주체에게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여 경제의 활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근절할 것입니다. 진입장벽, 가격규제 같은 경쟁 제한적 요소도 재점검하여 개선하고자 합니다. 

‘사람중심의 경제’의 또 다른 축은 ‘혁신 성장’입니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을 기회의 요인으로 삼을 것입니다. 우수한 인적자원은 한국경제를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적 기반을 만들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반을 토대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혁신적인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도록 규제체계 개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미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최근의 정치적 격랑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경제 체질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확고합니다.

정부 출범 이후 50일 동안 한국 증시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였습니다. 한미동맹에 기초한 안보태세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방문이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다시 확인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상호 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 온 불가분의 경제 동반자입니다. 한국에게 미국은 2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최대의 투자처입니다.

한국 역시 미국의 6번째 교역 상대국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세계 교역이 5년간 12%나 감소하는 가운데에도 양국 간 교역은 12%나 증가하였습니다.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이 높아졌고, 미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 역시 높아졌습니다. 오랜 친구들의 우정을 나누는 식탁에는 오래 묵은 향긋한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요즘 한국의 식탁에서도 미국산 와인이 인기입니다. 교역의 확대가 양국 국민의 실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 기업인들의 활발한 상호 투자는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미국의 생산 공장에서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수기업이 한국에서 산업혁신과 연구개발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성장세가 가장 빠른 동아시아 지역의 관문이고, 미국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넘치는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입니다. 양국 간 경제협력은 미래의 변화에 발 맞춰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미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나는 한미 경제협력이 그동안의 상호간 교역과 투자 확대를 넘어 세계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전략적 경제동반자’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융합’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입니다. 양국 기업의 강점을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전기차, 스마트 가전과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 양국 기업들 간에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한국의 플랜트 건설 경험과 미국의 사업개발, 엔지니어링 기술 등이 결합하면 해외 발전소 건설․운영에도 동반진출의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략적 동반 진출은 양국 경제발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경제인 여러분들이 양국 경제협력의 중심입니다. 나의 오늘 방문이, 그리고 오늘 밤 여러분과의 만남이 양국 경제계 간의 우호와 실질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나와 우리 정부는 양국 경제인들이 창의와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겠습니다. 

한미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한미동맹의 역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안보 위주의 전통적인 동맹이 경제적 협력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견고해졌습니다.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인 동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믿습니다.

나는 오늘, 양국의 경제인들에게 한반도 평화가 가져올 새로운 기회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분단된 한반도는 경제 분야에서도 아픈 부분입니다. 안보 리스크는 우리가 넘어야 할 과제이지만, 그것을 넘어서면 우리는 새로운 기회와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출구로 북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핵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새 정부는 견고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북핵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나는 이를 위한 구상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미 양국 경제인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기대합니다.

한미 경제인 여러분, 양국 모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경제협력을 통해 양국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최고의 동반자가 됩시다. 두 나라가 더불어 잘 살고, 함께 발전하는 공동 번영의 길로 손잡고 나아갑시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문재인 연설문 -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기념사 - 170628

존경하는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님, 옴스테드 장군님을 비롯한

장진호전투 참전용사 여러분, 흥남철수작전 관계자와 유족 여러분, 특히 피난민 철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알몬드 장군님과 현봉학 박사님의 가족분들 모두 반갑습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니 감회가 깊습니다.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에 드디어 왔습니다.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첫 해외순방의 첫 일정을 이곳에서 시작하게 돼 더욱 뜻이 깊습니다.

67년 전인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들이 한국전쟁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였습니다.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습니다. 

‘피난민을 구출하라’는 알몬드 장군의 명령을 받은 故 라루 선장은 단 한 명의 피난민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무기와 짐을 바다에 버렸습니다. 무려 14,000명을 태우고 기뢰로 가득한 ‘죽음의 바다’를 건넌 자유와 인권의 항해는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를 떠나 12월 25일 남쪽 바다 거제도에 도착할 때까지 배 안에서 5명의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작전이었습니다. 2년 후, 저는 빅토리 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존경과 감사라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저의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서서,
저는 그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그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이 세계전쟁 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인 이유입니다. 제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항해도중 12월 24일, 미군들이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고 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비록 사탕 한 알이지만 그 참혹한 전쟁통에 그 많은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준 따뜻한 마음씨가 저는 늘 고마웠습니다. 

존경하는 장진호 용사와 후손 여러분! 대한민국은 여러분과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와 존경의 기억은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한미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습니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닙니다. 또한 한미동맹은 저의 삶이 그런 것처럼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장진호 용사와 후손 여러분! 67년 전, 자유와 인권을 향한 빅토리 호의 항해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저 또한 기꺼이 그 길에 동참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가겠습니다. 위대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고 계십니다만,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선원이었던 로버트 러니 변호사님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죽기 전에 통일된 한반도를 꼭 보고 싶다’는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것은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이곳에 한 그루 산사나무를 심습니다. 산사나무는 별칭이 윈터 킹(Winter King)입니다.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인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나무처럼 한미동맹은 더욱 더 풍성한 나무로 성장할 것입니다.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이제 생존해 계신 분이 50여 분 뿐이라고 들었습니다.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다시 한 번 장진호 참전용사와 흥남철수 관계자, 그리고 유족 여러분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문재인 연설문 -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 환영사 - 170627

존경하는 정세균 국회의장님,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님, 각국 대표 여러분,
멀리서 한국을 찾아주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전 회의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유라시아의 다른 이름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국정 운영의 소중한 파트너인 국회와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서울에 머무르시는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시기를 바라며 한국의 멋과 매력을 흠뻑 느끼는 기회도 갖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든든한 동반자인 총리께서 축하 인사를 대신 전해주셨는데,
오찬 자리에서라도 직접 뵙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여기 모인 우리들의 모습과 언어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웃 나라 사이에 더 교류하고 더 협력할수록 각국이 함께, 더 번영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라시아 지역의 공동 번영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각국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유라시아 의회 대표 여러분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정부 역시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와 대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협치의 정신이 유라시아 지역의 공동 성장과 발전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류 네트워크 구축, ICT 인프라 확충 등 유라시아 국가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제적인 협력과 긴밀한 공조가 새 길을 여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 길에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가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유라시아 평화와 번영의 산실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2017년 6월 26일 월요일

문재인 연설문 -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 - 170623

존경하는 6.25 참전용사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건강하신 모습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특히 멀리 해외에서 오신 참전용사와 가족, 외교사절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올해 67주년,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은 국내외 참전용사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여러분의 공헌이 더욱 귀하고 값지게 기억될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참전용사 여러분,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이 자리에 함께 하고 계신
국군과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빛나는 투혼 위에 서 있습니다. 우리 국군과 유엔군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 용기와 결단이 대한민국을 지켰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성숙한 민주주의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나라의 위기 앞에 분연히 일어선 의용군, 학도병과 소년병의 헌신이 조국을 지킨 힘이 되었고, 오늘 대한민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여군과 여자의용군, 교포참전용사, 민간인 수송단과 노무사단, 국군귀환용사를 처음으로 모셨습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기꺼이 나섰던 한 분, 한 분 귀한 마음으로 챙기겠습니다. 참전용사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자랑이고,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참전용사들께서 그 분명한 사실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성의를 가지고 보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참전명예수당과 의료, 복지, 안장시설 확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입니다. 
참전명예수당 인상과 의료복지 확대를 추진해 그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예우가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참전용사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처 등록되지 못한 참전용사도 끝까지 발굴하여 국가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최고의 보훈이 튼튼한 안보의 바탕이고 국민통합과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실천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참전용사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는 유엔군 참전용사와 가족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문구 그대로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달려와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들께 특별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자리에도 그 영웅들이 계십니다만,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 작전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의 전후세대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 때 그 덕분에 흥남에서 피난 온 피난민의 아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이 사실이 유엔군 참전용사 여러분께 기쁨과 보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대한민국은 함께 피 흘리며 맺었던 우리의 우정을 영원히 기억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헌신적으로 실천한 인류애가 더욱 빛나도록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존경하는 참전용사 여러분, 6.25 전쟁은 아픈 역사입니다. 한반도 땅 대부분이 전쟁의 참상을 겪었고,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습니다.

온 국민의 노력으로 폐허가 되었던 국토는 복구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다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분단의 상처와 이산가족의 아픔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총부리는 아직도 원한으로 남았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한들 가족을 잃고, 전우를 잃고, 고향을 잃은 아픔이 쉽사리 씻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해 
다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규탄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저와 정부는 우리 국민과 조국의 안위를 지키는 일에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을 것입니다. 확고한 한미동맹과 압도적 국방력으로 안보를 지키겠습니다. 평화는, 강하고 튼튼한 안보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와 정부는 북한 스스로가 핵을 포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문도 열어두겠습니다.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대화와 협력을 통해 만드는 평화라야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전용사 여러분들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참전용사 여러분께서 안보 대통령의 지원군이자 평화 대통령의 든든한 벗이 되어 주신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좀 더 앞당겨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참전용사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다음 주에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정상회담을 갖습니다.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겠습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더 단단하게 맺을 것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 전쟁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일, 그리하여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참전용사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 번 참전용사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여러분 모두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비냄새의 이름 - 페트리코 petrichor

Petrichor 

비가 오기 직전 내지 직후에 습한 공기에 떠밀려 오는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흙내음을 다들 아실 것이다. 특히 오랜만에 비가 왔을 때 이 냄새에 대한 반가움과 상쾌함을. 

막연히 비냄새라고 표현해왔던 그 냄새에 무려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은 페트리코, Petrichor. (the smell produced when rain falls on dry ground, usually experienced as being pleasant)

돌을 뜻하는 그리스어 petra와 신의 피를 뜻하는 ichor( the fluid that flows in the veins of the gods in Greek mythology)의 합성어다. 

1964년, 비냄새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이뤄지면서 처음 생겨난 단어라고 한다. 이 냄새는 빗방울이 지표면에 떨어질 때 지표면에 있던 식물들의 기름과 광물과 화학적으로 반응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페트리코. 아름답고 상쾌한 이름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scienceon.hani.co.kr/?mid=media&act=dispMediaListArticles&tag=%ED%8E%98%ED%8A%B8%EB%A6%AC%EC%BD%94&document_srl=236542


문재인 연설문 - 2017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축사 - 20170624

제23회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함께 해주신 유자이칭 IOC 부위원장님과 IOC 위원 여러분,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님, 세계 183개국에서 오신 선수단 여러분께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제일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길을 오셨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하신 장웅 IOC 위원님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님, 북한 ITF 시범단에게도 진심어린 환영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태권도 가족 여러분!

저는 먼저, 태권도 정신을 닮은 이곳 무주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무주는 이름부터 통합과 화해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2천년 전 신라의 무풍과 백제의 주계로 나뉘었던 땅이 합쳐져 무주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무주는 예로부터 무예인의 땅이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구천동은 호국무사 9천명이 무술을 연마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무주에서 신라와 백제가 하나가 되었듯이
오늘 이곳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하나가 되고 남북이 하나 되고 세계가 하나 되기를 바랍니다.
무예인의 정기도 흠뻑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태권도 가족 여러분!

지난 반세기 동안 태권도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한국의 무예에서, 8천만 명이 수련하는 세계인의 무예 스포츠로 발전했습니다.
세계 232개 나라의 청소년들이 흰 도복을 입고 체력과 인성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검은 띠를 두른 민간 외교관으로, 
태권도를 세계에 알린 수많은 사범과 수련생, 
세계 태권도 가족의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원로 태권도인과 세계 태권도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태권도는 예의에서 시작해 예의로 끝나는 무예입니다.
수련을 통해 강건한 신체를 만들지만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그 능력을 선하고 정의로운 곳에 사용하도록 배웁니다.

이런 정신에 따라 태권도 가족들은 인류의 평화와 공존, 번영에 이바지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세계태권도연맹이 펼치고 있는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한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박애재단을 만들어 전 세계 난민촌과 재난지역, 개발도상국 청소년에게 꿈을 키워 주고 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꼽은 가장 모범적인 국제경기단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대회에 이어 올해 9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 대회에도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답방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답방이 꼭 성사되어 한반도 평화의 큰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세계태권도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친선경기도 성사되어 세계 평화의 반석 위에 태권도의 이름이 새겨지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태권도 가족 여러분!

스포츠는 모든 장벽과 단절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평화의 도구입니다.
함께 흘리는 땀은 화해와 통합을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중국, 미국과 베트남이 핑퐁외교로 평화를 이뤘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 통합리그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축구연맹(FIFA)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화를 만들어 온 스포츠의 힘을 믿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새 정부의 첫 남북 체육교류협력이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치러지는 세계태권도연맹 대회에서 국제태권도연맹이 시범을 보이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양 연맹의 화합과 친선은 물론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태권도에서 이뤄낸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남북선수단 동시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습니다.
북한 응원단도 참가하여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함께하고 계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장웅 위원님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정부도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랑하는 태권도 가족 여러분!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일곱 번째 대회입니다.
그러나 대회조직위원회와 대한태권도협회가 처음이란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불편함 없이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머무시는 동안 무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의 문화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대회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해 오신 이연택 조직위원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성심으로 지원해 주신 송하진 전북도지사님과 전북도민 여러분, 
그리고 551명의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선전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코치와 트레이너

트레이너가 아닌 코치란 말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어원이 궁금했다.
코치는 네 바퀴 달린 마차(Coach)에서 유래했고, 트레이너는 기차(Train)에 그 기원이 있었다. 감이 잡힌다.
트레이너가 정해진 레일을 따라 정해진 목적지로 달리는 기차를 부리는 기관사라면, 코치는 정해진 목적지를 위해서 상황에
따라서 다른 길로 안내할 수 있는 마부다. .

군에서는 트레이너가 필요하고, 삶에서는 코치가 필요하다.

2017년 6월 18일 일요일

문재인 연설문 -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사 - 20170619

2017년 6월 19일 0시, 대한민국은, 국내 최초의 고리원전 1호기를 영구 정지했습니다. 1977년 완공 이후 40년만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고리 1호기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가동 첫해인 1978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9를 감당했고, 이후 늘어난 원전으로 우리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와 함께 기억될 것입니다. 1971년 착공을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리 1호기가 가동되는 동안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고리 1호기와 함께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앞으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분들이 땀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특히 현장에서 고리 1호기의 관리에 애써 오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입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입니다. 저는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을 추구했습니다.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습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고려도 경시되었습니다. 원전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가 개발도상국가 시기에 선택한 에너지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꿀 때가 됐습니다. 국가의 경제수준이 달라졌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확고한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가의 에너지정책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야 합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저는 이것이 우리의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지난해 9월 경주 대지진은 우리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진도 5.8, 1978년 기상청 관측 시작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스물 세 분이 다쳤고 총 11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경주 지진의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엿새 전에도 진도 2.1의 여진이 발생했고, 지금까지 9개월째 총 622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대한민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당면한 위험을 직시해야 합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온 나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고, 피해복구에 총 2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이라고 합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 서구 선진 국가들은 빠르게 원전을 줄이면서 탈핵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핵 발전소를 늘려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토면적당 원전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Km 이내 인구수도 모두 세계 1위입니다. 특히 고리원전은 반경 30Km 안에 부산 248만 명, 울산 103만 명, 경남 29만 명 등 총 382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월성 원전도 130만 명으로 2위에 올라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30Km 안 인구는 17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무려 22배가 넘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 혹시라도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대선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약속드렸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세월호 아이들과 맺은 굳은 약속입니다.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챙기겠습니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하여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원전 정책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습니다.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습니다.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습니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습니다.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습니다. 원전 안전기준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지금 탈원전을 시작하더라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수십 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 국민의 안전이 끝까지 완벽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지금 가동 중인 원전들의 내진 설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보강되었습니다. 그 보강이 충분한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겠습니다.
새 정부 원전 정책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원전 운영의 투명성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원전 운영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심지어는 원자로 전원이 끊기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일이라면 국민께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원전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습니다. 탈원전을 둘러싸고 전력수급과 전기료를 걱정하는 산업계의 우려가 있습니다. 막대한 폐쇄 비용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수만 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저의 탈핵, 탈원전 정책은 핵발전소를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습니다.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비롯한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에너지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 파리 기후협정 등 국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석유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를 선언하고 국부 펀드를 만들어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애플도 태양광 전기 판매를 시작했고 구글도 ‘구글 에너지’를 설립하고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입니다.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져서는 안됩니다.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려가겠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습니다.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 조치도 제 임기 내에 완료하겠습니다. 이미 지난 5월 15일 미세먼지 대책으로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일시 중단한 바 있습니다. 석탄화력 발전을 줄여가는 첫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태양광, 해상풍력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 가겠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세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도 효율적으로 바꾸겠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하여 산업부분에서의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습니다. 산업 경쟁력에 피해가 없도록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입니다. 원전 해체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원전 해체는 많은 시간과 비용과 첨단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탈 원전의 흐름 속에 세계 각국에서 원전해체 수요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미국 등 선진국의 80% 수준이며, 원전해체에 필요한 상용화기술 58개 중에 41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좀 더 서두르겠습니다.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도 유지해야 합니다.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여가면서 이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를 제 때에 값싸게 생산해야 합니다. 국가 에너지정책의 대전환,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부와 민간,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함께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에너지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가야 할 길입니다. 건강한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시대로 가겠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15일 목요일

네가 봄이다.

네가 봄이다.


봄이 왔다 한다.

널 보낸 인천항 뱃전에도
널 삼킨 팽목항 파도에도
널 기다리는 광화문 인파에도

봄이 왔다 한다.

하지만 아마도 너 때문이리라.
이 봄을 느끼지 못하는 건

술취한 외투를 손에 쥐고
한강둔치를 어슬렁거리는 까만 새벽에도

봄은 너에게서 온다.
오로지 네게서만 온다.

네가 봄이다.

나의 봄이다.

문재인 연설문 -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제2차 연차총회 축사 - 20170616

존경하는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님, 회원국 및 국제기구 대표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연차총회 개막을 축하합니다. 해외서 오신 참석자 여러분께 우리 국민을 대표해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연차총회는 지난해 AIIB 설립 이후 두 번째 총회입니다. 본부 소재지가 아닌 지역에서 개최되는 총회로는 첫 번째입니다. 뜻 깊은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달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국제행사여서 저에게도 그 의미가 깊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계신 이곳 제주는 특별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가진 한국의 자랑거리입니다. 또한 세계가 인정한 환경 보물섬입니다. UNESCO는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했습니다. 머무시는 동안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의 문화를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 세계는 아시아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 GDP의 1/3 이상을 차지합니다. 세계의 최대 시장이고, 중요한 생산 공장입니다. 동시에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입니다.

경제만이 아닙니다. 아시아는 정치적으로도 각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 발전과 정치적 안정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AIIB가 추구하는 인프라 투자방향은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성장 방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통해 앞으로 인프라 투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 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한강의 기적' 근간에는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건설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빨라졌습니다. 자동차산업과 제철산업이 함께 발전했습니다. 지방도시가 발전하고,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졌습니다.

아시아는 인류문명의 발원지입니다. 길고 긴 시간 동안 광활한 대륙을 가로지르며 인류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펼쳐왔습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아시아의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들이 21세기를 사는 인류에게 영감의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아시아는 한발 늦은 걸음을 시작했지만, 아시아에는 아시아의 힘이 있습니다. 문화와 역사의 힘이고, 다양성의 힘입니다.

지금 인류는 정치, 안보,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아시아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취임 후 여러 아시아 정상들과 전화로 소통했고 아세안을 비롯해 인도, 호주에 특사를 파견했습니다. 아시아의 힘이 멋지게 발휘돼 인류는 직면한 도전들을 함께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점에서 AIIB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지역과 지역을 만나게 하며, 현재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일에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이번 연차총회는 ‘지속가능 인프라’를 주제로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프라 투자는 아시아 고도성장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인프라 투자 자체로 일자리가 창출됐고, 전기, 수도, 통신, 교통 등은 제조업을 비롯한 연관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됐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아시아에서 여전히 중요합니다. 빈곤을 퇴치하고 경제발전을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시아의 개도국, 특히 빈곤 국가들에게는 더욱 시급한 과제입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해 무선인터넷망 접근성 높이기, 사물인터넷망, 스마트 고속도로 등 새로운 ICT 인프라 구축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아시아가 더 큰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20년간 아시아 개도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연간 1조 7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높은 인프라 투자 수요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각 국의 재정여력을 감안할 때, 아시아 지역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AIIB는 그 의미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AIIB는 일 년 반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57개국이던 회원국이 역외회원국을 포함 77개국으로 확대돼, 명실상부한 국제다자은행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개도국의 16개 프로젝트에 25억불 규모의 융자를 지원했고, 개도국 인프라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다자개발은행과 협력을 통해 개도국들의 경제발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AIIB 출범을 주도한 중국정부와 AIIB의 안정적인 출발에 크게 기여한 진리췬 총재의 부단한 노력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첫째, 인프라 투자는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동안 인프라 투자는 각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 환경을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은 미래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환경문제는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친환경적 개발, 국가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히 최근 국제사회는 환경 친화적이고, 더 나아가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 인프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공조방안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움직임을 환영하며, 이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전체 전력의 20%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탈원전국가로 나아가려 합니다.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사용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친환경에너지 타운 등 우리의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 경험을 AIIB 회원국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해 나가겠습니다.

둘째, 인프라 투자는 '포용적 성장'에 기여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서로 배려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도, 위생, 전기 같은 기본 인프라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교통, 통신 인프라는 지역 간 교류를 통해 균형성장과 사회통합에 기여합니다.

인프라 투자는 국가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 간 격차를 줄여서, 함께 잘 살고, 균형 있게 발전하는 개발로 이어져야 합니다.

앞으로 투자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개발될 시설이 모든 사람의 접근에 용이한지, 소외된 계층, 지역,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포용적 성장'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셋째, 인프라 투자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합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고용 없는 성장, 청년 일자리 부족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의 새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를 경제정책의 핵심에 두고, 좋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투자는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인프라 구축에 수반되는 건축, 토목은 그 자체로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인프라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제조업, 서비스업에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깁니다. 향후 ICT 인프라 구축은 새로운 산업의 출현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기회가 적었던 청년,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이 인천공항을 통해 이곳으로 오셨을 겁니다. 인천공항은 인프라 강국 한국을 대표합니다.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세계 1위로 평가 받았습니다. 한국은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아시아의 여러 이웃 국가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건설 경험은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 건설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강의 남북을 잇는 31개의 다리 건설 경험은 필리핀 만다나오 '팡일만' 교량 건설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인천공항 건설의 노하우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의 건설에도 전수될 예정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은 반세기만에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실현했습니다. 전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첫번째 국가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국민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 경험이 아시아 개도국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개도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개도국과 선진국을 연결하는 교량(橋梁) 국가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고대시대 '실크로드'가 열리니, 동서가 연결되고, 시장이 열리고, 문화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아시아 대륙 극동 쪽 종착역에 한반도가 있습니다. 끊겨진 경의선 철도가 치유되지 않은 한반도의 현실입니다. 남과 북이 철도로 연결될 때 새로운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완전한 완성이 이뤄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가 아시아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차총회가 AIIB의 미래 투자방향과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실천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모든 회원국이 함께 아시아 경제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도 AIIB의 주요 회원국으로서 물적, 인적 기여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연차총회를 준비하느라 애쓰신 AIIB와 기획재정부, 제주도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문재인 연설문 - 6.15 남북공동성명 기념사 - 20170615

우리는 오늘 6.15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고뇌와 용기, 그리고 역사적 결단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특별히 이희호 여사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생전에 여사님께 보냈던 존경과 사랑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사님께서 평화를 이룬 한반도를 보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희호 여사님,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꼭 좋은 세상 보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 서니, 김대중 대통령께서 짊어지셨던 역사의 무게가 깊게 느껴집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참된 용기를 보여주신 분입니다. 

그 용기가 대한민국의 민주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큰 발걸음은 남북화해와 평화, 햇볕정책에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분단 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끌어냈습니다.

남과 북의 평화통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IMF 위기 속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IMF 위기까지 극복하였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는 새롭게 정립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6.15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평양에 가셨습니다.

결코 순탄대로가 아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임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금창리에 제2의 지하 핵시설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까지 검토했던 1994년 이후 또다시 한반도 정세가 긴장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님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하면서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주도적으로 닦으셨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우려사항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는 물론 우리의 안보에도 매우 심각한 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속에서도 남북화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적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남과 북이 함께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 역량을 우리는 갖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북한의 핵과 도발을 불용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이루어 냈듯이 우리도 새롭게 담대한 구상과 의지를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동안 남과 북은 반목과 대결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몇 차례 중요한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부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지나 2000년 6.15공동선언까지,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정상선언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남북당국 간의 이러한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또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북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대 정권에서 추진한 남북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정부는 역대 정권의 남북 합의를 남북이 함께 되돌아가야할 원칙으로 대할 것입니다.
또한 당면한 남북문제와 한반도문제 해결의 방법을 그간의 합의에서부터 찾아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6.15공동선언은 남북문제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천명했습니다.

남과 북은 또 10.4 선언으로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남북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관련국 정상들의 종전 선언을 추진해가기로 약속했습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에 북한 핵문제 해결의 해법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약속이 담겨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입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의지를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이를 실천한다면 적극 도울 것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합니다. 

저는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기존의 남북간의 합의를 이행해 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습니다.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그리고 북미관계의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17년 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대통령님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뜨겁게 포옹하던 그 모습을 여러분 모두가 기억하실 것입니다. 전 세계를 가슴 뛰게 한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또, 기억합니다. 6.15 선언을 합의한 후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하셨다는 그 말씀,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내 평생 가장 길고 무겁고 보람 느낀 날이다.”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 가슴 뛰던 장면이, 그 혼신의 힘을 다한 노력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 꿈틀거릴 때,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남북의 온 겨레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역사, 남북의 온 겨레가 경제공동체를 이뤄 함께 잘사는 역사, 한강의 기적이 대동강의 기적을 일으켜 한반도의 기적이 되는 역사, 그 모든 역사의 주인은 우리 자신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닫히고 막혀 있었습니다. 남북이 오가는 길만 막힌 게 아니라 우리들 마음까지 닫혀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남북관계의 복원과 대화의 재개를 모색하겠습니다. 국민들 속에서 교류와 협력의 불씨가 살아나도록 돕겠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상상력이 한반도 북쪽을 넘어 유라시아까지 뻗어가도록 돕겠습니다. 
여야와 보수진보의 구분 없이,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지지로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번영의 길이 지속되게끔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

국민들 마음속의 분단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한 벅찬 꿈으로 바뀌어가도록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께서 함께 노력해주십시오. 

그렇게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함께 어울릴 때, 그것이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과 6.15 남북정상회담이 이룬 성과를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긴 꿈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오늘에 맞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해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마라톤 '2시간벽 깨기' 실험… 25초만 남았다 - 20170508

마라톤 '2시간벽 깨기' 실험… 25초만 남았다


'브레이킹2' 도전, 케냐 킵초게 2시간 25초 비공인 세계新'도우미 러너' '자전거 물 공급' 등 최상의 달리기 조건 제공- 육상연맹 규정어겨 기록은 비공인

30명이 교대로 페이스메이커役, 전방에 화살촉 대형 바람 막아줘전동 자전거로 같이 돌며 물공급… 인간 능력의 한계 과학으로 도전

'가장 빛나는 실패였다.'(영국 가디언)


자동차 굉음이 울려 퍼졌던 레이싱 코스엔 거친 숨소리가 흘렀다. 한 발씩 내딛는 러너의 두 다리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결승선을 끊는 순간, 대형 전광판엔 '2:00:25'란 숫자가 나타났다.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한 러너는 이내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가쁜 숨을 토했다.


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북부 몬차 'F1'(포뮬러 원) 서킷(주니어 코스)에서 특별한 마라톤이 열렸다. 지난해 말 나이키가 발표한 '브레이킹2(마라톤 2시간 깨기)'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주인공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엘리우드 킵초게(34·케냐). 그는 이날 길이 2.405㎞ 트랙을 약 17바퀴 반 돌아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 코스는 IAAF(국제육상경기연맹)로부터 공인받은 정식 코스다.....




2017년 6월 11일 일요일

문재인 연설문 - 추가경정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 20170612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 때 바로 이 자리에서 당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이지만, 19대 국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많아서 친근한 동료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0일, 저는 국회에서 엄숙한 마음으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습니다. 오늘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의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시정연설이라고 들었습니다.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주십시오. 그러나 그 보다 더 주목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일자리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입니다.
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모든 의원님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부상당한 소방관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폐가 될까 미안해 병가도 가지 못합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일이 말씀드리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원인은 바로 일자리입니다. 누구나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의 고용상황이 너무나 심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우리 모두는,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이미 통계청에서 발표하여 보도된 내용이지만, 우리의 고용상황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 실업자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은 고용절벽이란 말이 사용될 정도로 매우 심각합니다. 연간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4년간 급격하게 높아졌고,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습니다.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안팎,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주취업연령대에 진입한 반면에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세대의 주취업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도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듯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득분배 악화 상황도 심각합니다.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소득이 2016년에 무려 5.6%나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2.1% 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금년 1/4분기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일 잘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 간에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1분위 계층의 소득감소가 5분기 동안,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시장 상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은 외환위기 때 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 호소합니다. 실제로 도소매,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은 지난 1/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니 쓰는 돈이 줄어들었습니다. 시장이며 식당은 장사가 안 되니 종업원을 고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로 저소득층이 종사하던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1분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게 된 이유입니다. 극심한 내수불황 속에서 제일 어려운 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불평등 정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50%, 절반에 육박합니다. 통계상으로는 OECD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 과세에서 누락되는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많은 실정을 감안하면, 우리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미국보다 더 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터에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습니다. 통합된 사회로 갈 수도 없습니다.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됩니다.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해법은 딱 하나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할지도 모릅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습니다. 물론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합니다.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 8천억원과 세계잉여금 1조 1천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 3천억원을 활용하여 총 11조 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경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번 추경 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처방일 뿐입니다.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입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입니다. 일자리 대책, 이번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의원님들께서 협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시급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촉진되기를 특별히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제, 추경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 보고 드리겠습니다.
추경 목적에 맞게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에 집중하였습니다.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SOC사업은 배제했습니다. 대신 육아휴직급여,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지난 대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공통공약을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추경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 드리면,
첫째,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었습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예산입니다.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는 두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안전·복지·교육 등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충원이 꼭 필요했던 현장 중심의 인력으로 한정했습니다.
먼저 소방관입니다.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 되었지만 그에 따른 인원 증원이 없었습니다. 법정인원에 비해 턱없이 수가 부족해 소방차와 119 구조차량이 탑승 인력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지난해 태풍 때 구조대원이 부족해 대체 투입되었던 구급대원이 순직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복지 공무원입니다. 올해 초, 한 달 간격으로 세 명의 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을 정도로 살인적인 업무량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도 부족합니다. 감독관 1명이 근로자 1만 2천여 명, 사업장 1천5백여 개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저임금 위반이나 아르바이트비 체불 등은 단속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그밖에도 경찰관, 부사관, 군무원, 집배원, 가축방역관 등까지 합쳐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과 지방 공무원 1만 2천명을 충원해 민생서비스를 개선하겠습니다.
보육교사, 노인돌봄서비스, 치매관리서비스, 아동안전지킴이 등 민간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지원하고자 합니다. 추경이 통과되면,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만 4천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상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사실상 청년 일자리입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동시에 민생수요에 비해 수가 부족했던 현장인력을 확충하는 것인 만큼 청년실업 해소와 민생사회서비스 향상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번 추경으로 민간부문에서도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돕고자 합니다.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제도를 신설해 중소기업의 청년취업문을 넓히겠습니다.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한 명을 더 채용할 수 있게끔 추가 고용 한 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겠습니다. 이번 추경으로 5천명의 추가채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여주는 예산도 편성했습니다. 내일채움공제의 적립금과 대상인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들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청년창업지원펀드 확대 등으로 청년 창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습니다. 또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3천억 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 신설도 포함시켰습니다.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고단함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습니다.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신설해서 구직활동을 하는 3개월간 월 30만원씩 우선 지원하고자 합니다. 내년도 예산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들의 거주난도 도울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적은 비용으로 출퇴근에 용이한 역세권에 거주할 수 있도록 다가구 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번 추경에는 2,700호분 공급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두고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청년들에게만 속 상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자식들만은 우리보다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청년 일자리는 자식들의 문제이자 부모들의 문제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팔 걷어 부치고 나서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둘째,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늘려주고 가정의 행복을 돕는 예산입니다.
육아 휴직을 해도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출산 첫 3개월의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두 배까지 늘리도록 했습니다. 육아휴직은 끝났는데,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여성경력단절은 여성과 가정, 국가에 모두 손실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올해 예정한 지원규모보다 두 배 늘려 360개를 신규 설치함으로써 부모들의 육아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민간 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에 신설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으로 민간과 상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집 보조교사, 대체교사를 늘리면 일자리도 늘고, 교사들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더 많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습니다. 5천명을 충원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다시 일하고 싶은 여성들이 보다 쉽게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예산도 있습니다. 새일센터에 창업매니저와 취업설계사를 새로 배치하고, 직업교육 과정을 확대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미세먼지는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학교장이 즉시 대응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셋째,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한 예산입니다.
어르신들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 수 있어야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이 OECD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불명예와 불효,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노인 공공일자리를 3만개 늘리고 일자리 수당을 월 22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인상하는 예산을 반영했습니다. 은퇴자의 기술과 경험이 청년 창업자들과 만나면 어르신 일자리도 늘리고 청년 창업도 도울 수 있습니다. 청년 창업자와 공동창업으로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살리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치매는 국민 모두의 공포입니다. 어르신들도, 가족들도 그 고통을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됩니다. 치매국가책임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전국 통틀어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개로 늘리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전국 모든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면 치매 상담은 물론 조기 검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드릴 것입니다.
넷째, 지역에 밀착한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한 민생과 국민안전을 강화하는 예산입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늘리면서 주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입니다.특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도시경쟁력을 강화시켜 지역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한 제도입니다.불합리한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하여 제도 수혜자를 4만 1천 가구 늘리고자 합니다.
구의역 사고 같은 비극은 다시, 없어야 합니다. 스크린도어 안전 보호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국민안전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련 업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경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 3조 5천억 원이 지원됩니다.
지방정부들도 이번 추경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 예산을 일자리 정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민생 관련 사업에 중점 사용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입니다.
국민들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입니다.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국회는 올해 초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했습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을 국회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저도 단단히 마음먹고 있습니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입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입니다.
국회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야당과 여당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합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함께 합시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합시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이번 추경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어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합니다. 정부는 국회가 추경을 확정하는 대로 바로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